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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9)죽 한그릇 팔 때마다 수많은 시행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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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본사랑재단 작성일10-10-21 조회7,2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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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최복이(9)
죽 한그릇 팔 때마다 수많은 시행착오
 
2002년 본죽 서울 대학로점을 개점했다. 내 꿈은 100그릇의 죽을 파는 것이었다. 오픈 첫날 가족과 친지들이 다녀가고 난 뒤부터 우리 죽집은 썰렁했다. 하루에 일곱 그릇, 열두 그릇…. 많은 날 스무 그릇 정도 팔았다. 죽을 것만 같았다. 가겟세를 낼 수 없었다. 하나님이 살려 주시지 않으면 식구 모두가 굶어 죽는다고 매달렸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갈급한 심정으로 있는 나에게 하나님께선 놀라운 위안과 희망을 주셨다. 서울대병원 모 교수님을 통해서 말이다. “어떻게 여기에 죽집을 열 생각을 했습니까. 본죽 자리가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좋습니다. 대학로에 수백 개 식당이 있지만 죽집은 한 곳도 없어요. 꼭 필요한 가게가 병원 주변에 들어와 참 잘됐습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그 말을 듣고 우리의 생각보다 더 넘치게 행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느꼈다. 오래도록 가슴이 먹먹했다. 감사했다. 그 외진 2층 죽집이 하나님이 허락하시고 예비한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여러 가지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죽의 간을 보았는데 갑자기 아무 맛도 안 나는 것이었다. 뜨거운 음식을 식히지 않고 급히 맛을 보다 보니 혀의 감각을 잃은 것이었다. 정확한 레시피를 내기 위해 수없이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다. 음식사업으로 성공하겠다는 사람이 몇 달도 안 돼 혀 감각을 잃었으니 절망스러웠다.

더 큰 문제는 손님이 몰려와 각기 다른 죽을 주문하면 주방이 혼잡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주방 싱크대 뒤에 앉아 울기도 여러 번 했다. 손님이 많이 와주기를 그리 기도하며 전단을 돌리고 간절히 원했는데, 막상 손님이 오면 겁부터 나고 어찌할 줄을 몰라 우왕좌왕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30분이 지나도록 죽이 나오지 않자 화를 내고 그냥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회사원들이 정해진 점심시간에 식사를 못한 채 떠난 빈 홀을 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주방 일이나 구조에 문외한인 내가 오직 1인분의 맛에만 초점을 맞춰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시행착오였다. 말씀을 붙잡고 하나님께 매달렸다.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매장에 맞게 수정했다. 그것은 죽을 처음 만들 때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개점하고도 2∼3개월 직접 주방에서 죽을 쑤면서 모든 과정을 수정·보완해 나갔다. 죽 종류별로 달리 뽑았던 육수를 한 가지로 통일시키고, 모든 재료는 1인분씩 소분해 놓고, 반찬도 죽과 가장 어울리는 질이 높은 두 가지로 줄였다. 조리와 주문 과정도 단순화시켰다.

죽이 튀어서 손등이 성한데 없이 다 데고 오래 서서 일하다보니 다리에 쥐가 났다. 팔이 아파 잘 들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자 안쓰러워하던 남편이 죽 젓는 기계를 만들어 주겠다고 알아봤다. 그러나 죽은 깊이 젓는 데서 맛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만두라 했다. 남편은 설거지며 장조림 찢는 일이며 팔을 걷어붙이고 거들었다. 그리고 죽에 맞는 포장 용기나 쇼핑백, 포장기기를 사러 중부시장을 뒤지며 외부 일을 맡아서 뛰었다. 그렇게 가게는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 나갔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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